여름까지 감기를 반복하다 결국엔 중이염까지 이어져 더 오랜 기간 고생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린이 중이염은 아이의 청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 반복해서 중이염에 걸리다 보니 치료 방법에 대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중이염에 걸리면 청력 등의 문제로 크게 걱정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병의 원리에 대해서 잘 알고 올바른 치료를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중이염은 고막의 안쪽 빈 공간에 염증물질이나 콧물과 같은 삼출물 등이 차는 질환입니다. 종류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데 급성중이염의 경우, 고막 안쪽으로 농이 차면서 고막이 부풀어올라 귀가 아프거나 고막에서 삼출물이 일부 귀 바깥으로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열과 통증이 동반되는 중이염은 급성중이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 고막이 반투명한 색이 아닌 무언가 액체가 차 있는 빛깔을 띠거나 공기와 액체가 구분되는 선이 보이는 등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삼출성 중이염은 음역대에 따라 소리가 다소 작게 들리는 경향이 있지만 대개는 자각증상이 별로 없어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중이염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중이염이 낫고 나면 후유증이 남지 않습니다.
│만성 화농성 중이염의 경우, 오랜 중이염의 경과로 인해 고막이 일부 녹아 구멍이 나 있거나 농이 흘러나와 있는 등의 특징을 보이며, 이명이나 난청의 증상이 흔하게 동반됩니다. 청력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단계가 이 단계입니다. 하지만 귀 상태를 정기적으로 관찰하고 검진하는 경우에는 아이에게서 이런 중이염의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이런 단계가 오기 전에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린이 중이염이라는 진단을 들으면 무조건 항생제를 쓴다고 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이염은 무조건 항생제를 쓰는 질환이 아닙니다. 급성, 세균성으로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그리고 나이에 따라 중이염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3년 미국 소아과학회지에 게재된 중이염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6개월 이내의 아이가, 2일 이내에 나타난 귀의 통증과 고막의 발적 등으로 급성중이염으로 판단되는 경우, 또는 2돌이 안 된 아이가 양쪽 귀에서 2일 이내의 급성중이염으로 판단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 등에서 항생제를 사용하곤 합니다.
또한 급성중이염이지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도록 권하는 경우도 있고, 급성이 아닌 삼출성 중이염의 경우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기를 권유합니다.
중이염은 귀 안쪽의 공간을 환기시키는 이관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염증물질이나 삼출물이 빠지지 않는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그래서 한방에서는 귀, 코, 목 등의 상기도 호흡기의 충혈을 줄여주고 농의 배출을 돕는 한약이나 상비약을 처방해 중이염을 치료합니다. 형개연교탕, 은교산, 배농산급탕, 소청룡탕 등을 활용하고 폐의 열을 식히고 기운순환을 돕는 침이나 부항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항생제를 꼭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이염의 한방 치료는 몸에 부담이 적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래가거나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중이염의 경우에는 이관통기법 등을 통해 직접 중이강 내의 환기를 돕기도 합니다.
중이염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아무리 감기가 자주 걸리고 심하게 아파도 중이염을 거의 앓지 않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콧물만 살짝 나도 중이염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이 그 원인이 됩니다. 이관의 모양이 아이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이관이 유난히 더 짧거나, 곧게 생겨서 목과 코의 염증이 쉽게 귀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감기가 올 때마다 중이염이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중이염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이관에도 염증물질이 반복해서 지나가며 이관의 환기기능이 떨어지는데, 이것이 중이염을 달고 사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중이염 재발은 이렇게 아이 인체의 구조적인 특징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다 보면 중이염이 오는 빈도가 줄어들거나 완전히 좋아지기도 합니다. 중이염은 반드시 졸업이 있는 질환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간 동안 중이염을 잘 앓고 지나가고, 올바른 치료법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 써 주는 것입니다. 만약 감기에 자주 걸려 중이염이 반복되는 경우, 감기를 덜 앓고 지나갈 수 있도록 아이의 면역력을 잘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호흡기 면역력이 좋아져서 감기병치레를 덜 하도록 체력과 폐기운을 보강하는 것이 반복되는 중이염의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이염에 관련해서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중이염이 있는데 수영을 해도 괜찮을까요?”입니다. 중이염은 고막 안쪽의 공간의 염증이기 때문에 귀를 통해 바깥에서 물이 들어가는 것과는 무관합니다. 간혹 수영을 하다 물을 입으로 잘못 들이켜 귀로 물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물놀이, 수영활동은 중이염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습니다. 다만 중이염으로 튜브삽입술을 한 경우에는 고막의 내부, 외부가 관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고, 담당 주치의와 상의 후 물놀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항공성 중이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갈 때, 비행기 이착륙 중의 기압변화로 인해 귓속에 삼출물이 생기는 증상입니다. 어른들의 경우에는 고도가 바뀌면서 귀가 먹먹해지면 침을 삼키거나 물을 마시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데,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과정을 스스로 잘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착륙 시 젖꼭지나 막대사탕 등을 물고 빨도록 해서 기압변화에 따른 환기를 도와야 합니다. 항공성 중이염은 감염성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비행기 탑승 후 귀의 통증이 있다면 단기간의 여행 중에는 진통소염제 등으로 통증을 조절하고, 여행 후에 주치의에게 점검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이 중이염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생활 관리 방법이 필요합니다.
첫째, 아이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도와주세요. 영양가 있는 식사를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감기는 중이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외출 후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집안의 공기 질을 관리하세요. 건조한 공기는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가습기를 사용해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아이의 코를 자주 닦아주세요. 콧물이 귀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귀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진받으세요. 중이염 초기 증상을 빨리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생활 관리와 더불어 한방 치료를 통해 어린이 중이염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중이염을 앓는 아이가 있다면, 한방 치료와 생활 관리를 병행하여 건강한 귀를 유지하도록 도와주세요.